[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보미 인턴기자]
구경선 작가가 캐릭터 '베니'의 탄생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1일 공개된 카카오TV 웹예능 '톡이나 할까?'에서는 토끼 캐릭터 '베니'를 탄생시킨 구경선 작가가 출연해 김이나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 구경선 작가는 "베니를 처음 그릴 때 백수였다. 사실 제가 청각장애인이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사회에서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그림뿐이었고, 동화작가라면 나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으로 학원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캐릭터 수업에서 여러가지 동물을 찾아봤는데, 토끼가 가장 청력이 좋다고 했다. 그냥 마음이 끌렸다"며 "'네가 나 대신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베니를 만들었다"고 캐릭터 탄생 비화를 들려줬다.
이에 김이나는 "귀가 큰 베니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것이냐"고 감탄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한편, 톡터뷰어 김이나가 메신저로만 대화하는 토크쇼 '톡이나 할까?'는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공개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스킨에서 시작해 카카오톡 이모티콘까지, 16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토끼 캐릭터 ‘베니’를 만든 구경선 작가를 만났다. 구 작가는 ‘베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듣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라는 의미를 담아 토끼 캐릭터를 만들었다.구 작가는 2살 때 열병을 앓으면서 청력을 잃었고 2013년에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도 받았다.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증상이 진행되면서 현재 그가 볼 수 있는 세상은 매우 제한적이다. 지름 8~10㎝ 정도의 관을 통해 세상을 보는 듯한 터널시야 상태다.세상 사람들은 그를 장애를 극복하고 위인 반열에 오른 ‘헬렌켈러’에 비유하지만 정작 작가는 스스로를 ‘똑같은 사람’, 특별한 거 없는 ‘그냥’ 구 작가라고 소개한다.
출산 후 찐 살 10㎏을 감량하는 것이 새해 목표라고 말하는 평범한 아이 엄마 구 작가를 제주에서 직접 만났다.
팬사인회 때문에 제주에 왔어요.
토끼의 해를 맞아 호텔과 협업해
여행을 주제로 달력도 만들고
글래드 호텔만을 위한
일러스트도 새로 만들었답니다.
구경선 작가
호텔 로비 카페에서 만난 구경선 작가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베니 작가의 팝업 전시는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 1층 로비에서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구 작가는 글래드 호텔 말고 다른 기업과도 협업을 많이 했다. 2019년 이니스프리와 협업해 노세범 제품을 출시했는데 대만, 홍콩 등 10개국으로 팔리면서 덩달아 베니 캐릭터가 동남아에 알려졌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엄마의 권유였다. 구 작가는 “홍대 미대 교수님이 장애인을 위한 재능기부로 10년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무료로 미술을 가르쳐 주셨다”고 했다. 구경선 작가가 대중에 일러스트를 선보인 건 2007년 싸이월드를 통해서였다. 미니홈피 스킨(배경 화면) 디자인으로 ‘베니’라는 캐릭터를 세상에 알렸다.
귀가 큰 토끼 캐릭터 베니에는 세상과 더 잘 소통하고픈 작가의 염원이 담겼다.
일본에서도 구 작가의 책이 번역 출판됐고, 대만이나 홍콩, 베트남 등에서도 끊임없이 출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구 작가는 책을 통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다. 여행에서 만난 인연을 추억하고 소중했던 동거묘와의 기억을 곱씹는다. 담담하게 기록한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준다.
“책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교도소에서 받은 편지인데요. 본인 이야기를 적어 보냈더라고요.”
구 작가는 “‘작가님 힘내세요’라는 말보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나에게 털어놓을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구 작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2008년 캄보디아 선교 여행을 시작으로 태국 방콕, 미국 하와이, 프랑스 파리 등 다양한 나라를 다녔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다.
작가의 꿈을 꾸게 된 것도 첫 해외여행지 캄보디아에서였다. 선교 여행으로 갔던 캄보디아에서 구 작가의 눈에 들어온 건 거리의 고아들이었다.
힘든 환경에 처한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가 되기로 다짐했다.
귀가 들리지 않아도 불편함 없이 살았다는 그가 최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들 때문이다.
“재작년에 아기를 낳았는데, 아들이 이제 말할 때가 됐어요. ‘엄마’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궁금해요.”
아들을 낳고 변한 일상을 기록한 ‘육아일기’ 책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3월에는 서울삼성병원에서 전시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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