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 인천 효성동 ㈜금강제화 부평공장. 청각장애인 김재천(36·서울 종로구 신교동)씨는 진지한 모습으로 구두의 앞코를 열심히 다듬고 있었다.
‘쿠쿠쿵.’ 기계소음으로 공장 안은 매우 시끄러웠지만 그는 ‘무심한 듯’ 작은 망치로 구두가죽을 두드리며 주름을 펴고 있었다.
“세상이 고요하니 집중이 잘 되지요. 귀가 안들리는 게 이럴 때는 더 좋은 건가요?” 수화로 말문을 연 재천씨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공장작업의 ‘필수 장비’인 귀마개가 필요없는 김씨. 전화위복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사진설명 :금강제화에서 일하는 한 청각장애인이 구두 제조에 관해 수화로 대화를 하고 있다.
G/Y라인은 청각장애인이 15명, 지체장애인이 2명, 일반사원이 31명이다. “장애인들요? 일들 잘합니다. 집중력 좋고 책임감 강하거든요.” 라인장 황효전(41·과장급)씨는 장애인 사원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고 했다. “일반사원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노래방에 같이 가서 춤추고 신나게 논다니까요.”
그러면 작업지시에 필요한 의사소통은? “문제 없다”고 라인장 황씨는 설명했다. 황씨를 비롯해 일반사원들도 기본적인 수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구두 밑부분에 코르크를 메우는 작업을 하던 안혜숙(27·89년 입사)씨는 “함께 근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화를 익히게 됐다”고 했다.
이 공장은 일반 제조업체와 비교해 장애인 고용비율이 매우 높다. 총 사원 301명 중 35명이 장애인이다. 비율로는 11.6%. 대부분 청각장애인이다. 현재 민간업체 평균 고용비율이 0.9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금강제화의 ‘장애인 사랑’은 유별난 셈이다.
또 이 공장의 ‘특별한’ 자랑거리는 급여, 승진, 복리후생 등 모든 부분에서 장애인과 일반사원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 97년 IMF 감원바람이 불었을 때는 오히려 장애인이 제외되기도 했었다. 35년간 근속해온 한성혁(52·계장급)씨는 “장애인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며 “회사측의 ‘열려있는 마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비장애인을 보조하는 업무만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장애인,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능력’만을 평가, 일을 맡기는 전통을 만들어냈다.
지난 95년 영국에서 힐 앤드 사이드 래스터(Heel & Side Laster)라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했다. 구두모형에 가죽을 씌운 다음 접착제로 붙이고 이음못을 박는 기계였다. 황씨 등 현장 책임자들은 이 기계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고민했다. 황씨는 “눈썰미가 좋고 손감각이 뛰어난 재천씨가 적임자라는 게 그때의 판단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 간부들은 “기계를 다루는 데는 ‘소리’듣기도 중요하다”며 반대했지만 황씨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후 ‘소리 못 듣는’ 한국인 구두공은 ‘한국말 못 하는’ 영국인 기술자와 함께 한 달간 합숙하며 그야말로 ‘손짓’만으로 기술을 배웠고 지금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이로운 점이 오히려 더 많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3D업종인 구두공장의 인력 수급문제는 절체절명의 과제. 일반인은 힘들다며 잘 오지도 않고 이직률도 높아 6개월 안에 반정도가 그만둔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 장애인들은 인내력도 많고 선배가 후배를 잘 끌어주기 때문에 이직률이 10%도 안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금강제화는 오는 8일 2000년 전국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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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 우수기업 금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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